“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그거 한번 받으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 많다는데 다른 방법을 찾아봐.”


몇년 전 받았던 눈 수술은 나의 삶에서 여러 가지를 바꿔 놓았다. 8시간 일하는 것이 수술한 눈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했으며, 그마저도 4시간 근무는 자리가 없어 얼마 못 가 일을 그만둬야 했고, 그동안 해왔던 직종에서 더 이상 일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다.


눈 건강의 약화를 감수하면서 일을 계속할 수는 있었으나 두 번이나 수술을 한 눈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일이었고, 만에 하나 시력을 잃는다면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것은 분명했기에 앞으로 살아갈 삶을 생각해서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기에 다른 업종을 알아보는 것은 녹록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초생활수급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여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며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당시에는 독립 전이었기에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한번 복지 혜택을 받게 되면 대부분 탈 수급이 어렵고, 혹시라도 수급비에 익숙해질 경우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할까 걱정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초수급자들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들을 발견하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13월의 월급으로 부르는 연말정산을 기다린다. 적게는 몇만 원에서 크게는 몇십만원에 이르기까지 돌려받을 수 있어 빠듯하게 느껴지는 월급에 한 줄기 단비와 같은 금액이 된다.


이 금액이 단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기존에 받고 있던 급여라는 금액에 추가로 들어오는 금액일 때에만 가능하다. 만약 고정적으로 입금되는 돈이 없이 연말정산 금액으로만 살아야 한다면 돌려받는 금액이 급여와 비슷한 액수라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올해 기준으로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급자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62만원이 조금 넘는 반면 주 5일 하루 5시간 동안 최저임금을 받으며 근무하더라도 125만원을 받을 수 있어 생계급여 수급자의 월 수령액보다 거의 두 배 가량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이들에게 “일을 할 수 있는데 일은 하지 않고 나라에서 주는 돈(수급비)만 받으려 한다”는 시선은 극히 일부의 부정수급자를 보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수급자가 정부에서 받는 돈에 익숙한 탓에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면 비자발적인 실직자에게 지급하는 실업급여나 정책적으로 지급하는 각종 수당들도 수급권자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는 부분이기에 수급기간을 단축하거나 액수를 줄여야 함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직장에 들어가 실업급여나 각종 정책 수당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기에 “잠시 쉬게 되는 기간 동안 구직에 도움이 되기 위한 기간”으로 대부분 인식되고 있다.


장애인들이라고 해서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바라보는 눈이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생계급여를 최대로 받더라도 최저임금의 3분의 1도 되지 않고, 양곡 할인 역시 1인당 1달에 1포 기준 연간 30만원 가량이다. 병원을 가면 500원 1000원만 지불한다 하더라도 그건 아플때에만 해당 되는 이야기다. 건강이 안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의료급여에 기대어 일 대신 수급자의 삶을 사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기초생활 수급자의 대다수는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수단”으로 수급자의 삶을 선택했다. 지금은 수급자일지라도 건강이 허락해서 일을 할 수 있다면 “나라 예산만 타 먹는 사람”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없애고 싶다는 마음도 항상 간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오랜 논의 끝에 “독립 후 실직했을 경우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전까지만” 고려해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그날의 대화는 수급자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수급자에 대한 편견을 피부로 실감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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