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과 우울증은 모두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pixabay
조현병과 우울증은 모두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pixabay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조현병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로 단연 ‘마음의 암’을 꼽을 수 있다.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에서 그 증상의 심각도와 영향이 크기 때문에,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암에 빗댄 것이다.


나는 조현병은 암이 아니며, 조현병을 암에 비유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신질환과 소모성 질환의 메커니즘도 전혀 다르고, 증상과 접근 방법도 다르다. 치료 방법도, 약물도, 인식도 다르다.


무엇보다 조현병을 암에 비유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전문가들이 조현병을 마음의 암에 빗대는 것은, 암이 사망률이 높고 막대한 정신력과 경제력을 소모하는 무서운 질환, 사람을 절망에 빠트리는 질환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암의 심각성과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암은 종류에 따라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하며, 완치하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생명을 조금씩 연장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상식이 되었다.


또한 암에서 회복된 사람들은 삶을 다시 찾은 것에 감사해하며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기도 한다. 건강 악화와 회복을 계기로 주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암이 비록 여전히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며, 한번 회복되면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현병이 마음의 암이라는 비유는 조현병의 악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암의 무섭고 비극적인 점만을 이용하고 있다. 이것은 슬픔 속에서도 암을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암 환자들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실제 암 환자들이 이러한 비유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조현병의 위험성과 악영향만을 강조하는 접근 역시 좋지 않다. 조현병 역시 정신의학계에서는 중증정신질환에 속하지만, 약물치료, 심리상담, 커뮤니티 케어 등을 통해 사회적, 직업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더라도, 조현병 회복의 경험은 당사자에게 삶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


조현병이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을 마음의 암에 비유하며 조현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조현병 당사자에게 회복의 희망을 앗아갈 수 있으며, 오히려 삶을 자포자기하게 만들 수 있다. 많은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조현병 당사자의 희망을 박탈하는 표현을 공공연히 하는 것은 나에게 분노와 슬픔을 일으킨다.


정신의학계의 잘못된 비유는 또 있다.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는 것이다. 우울증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치료하면 금방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표현인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조현병의 ‘마음의 암’에 비교하면, 이것이 우울증과 조현병의 위계를 나누는 표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울증과 조현병은 비록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중증정신질환이라는 차이점은 있으나, 증상의 심각성을 정확히 비교하기 어려운 데다가, 오히려 우울증 당사자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동장애저널에 발표한 “정신질환 퇴원 환자의 자살률 추세”에 따르면, 2018년 퇴원 후 30일내 자살률은 우울증이 10만 명당 364.4명, 조현병은 167.8명이었다.


정신의학계는 조현병의 위험성만을 강조하고 있으나, 우울증도 방치되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지어 진짜 감기라고 할지라도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는 사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조현병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유병률이 1%로 알려져 있으나, 계층과는 무관하며, 성별의 차이도 적다. 조현병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조현병도 얼마든지 회복 가능하다는 사실은 앞에서 이야기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정신의학계가 조현병을 마음의 암에,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에 비유하는 것은 둘 다 조현병과 우울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비유를 사용하며 조현병과 우울증의 위계를 나누는 것은 조현병 당사자와 우울증 당사자, 그리고 암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신의학계는 조현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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