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학교에서는 재량 휴업일이라는 학교장 재량으로 수업을 하지 않고 학교가 쉬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재량 휴업일은 꼭 추석이나 설 연휴 앞뒤로 한다던가, 징검다리 연휴 또는 최근에 시행되는 공휴일이 휴일과 겹칠 때 대체공휴일로 정한 날 앞뒤로 연속 문을 닫는 게 특징이다.


어쩌면 단합이나 한 듯이 학교장 재량인데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의 모든 학교가 같은 날 재량 휴업을 하고, 특수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재량 휴업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장애인 부모들은 자녀 장애로 인해 정규직에 종사하다가도 사표를 내고 자녀 양육에 매달리다 보면, 맞벌이 때보다 가계 사정이 쪼그라드니, 일용직이나 계약직, 파트타임 등 연월차 휴가 등을 적용받지 못하는 영세한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고, 이렇게 연휴 앞뒤로 학교가 쉬면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어려움에 처하고, 자칫 직장에서 해고될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대책이 없다.


재량 휴업을 하면 그만큼 방학이 줄어들게 되지만, 방학은 어차피 장기간이라 부모들이 대비를 하지만, 이렇게 학기 중간에 재량 휴업을 하면 직장에 다니는 거의 모든 엄마들이 곤란을 겪는 데도, 왜 방학을 줄이고 재량 휴업을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필자가 특수학교 운영위원장을 할 때 부모들의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재량 휴업을 없애고 방학을 늘리자고 했지만, 교사 위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됐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 부처님 오신 날 대체 휴일이 끝난지 일주일 만에 현충일 전날 징검다리 연휴에 재량 휴업을 해 많은 장애인 부모들이 불편을 늘어 놓는 걸 듣고, 정말 학교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지 교사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왜 꼭 연휴 전후로 재량 휴업을 하는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으며,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교사들만 편히 쉬겠다는 발상은 사라져야 한다.


특수학교만이라도 장애인 부모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차라리 방학을 늘리고 재량 휴업을 중단하기를 권고한다. 장애인 부모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늦었지만 제발 재량 휴업은 중단하고 방학을 늘려달라. 재량 휴업일이 장애인 부모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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