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자주 참석하는 모임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오랜 동안 함께 한 모임이라면 건강문제 등으로 한동안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러다 곧 나오겠지” 싶은 마음으로 몇 달을 기다렸지만 여전히 그는 보이지 않았다.


잘 나오던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경우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심한 경우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있어 조금씩 근황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친구와 가까운 지인에게 들었던 소식은 “가족들이 00에게 너는 장애인이 아니니 그 모임에 나가지 말라”고 했으며, 당사자의 강한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거기(모임)에 나가려 한다면 집에서 나가라”라고 말한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그도 포기했다는 후문이었다.


그는 숫자 계산이 늦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했고, 버스 정류장에 있는 버스 노선도를 보고도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단독으로 파악이 불가능했다.


보다못한 주변 사람들이 그의 가족들에게 “00이의 장애 등록을 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권유했지만 “아이가 노력이 부족해서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니 절대 아이를 도와주지 말라”며 장애 등록을 강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장애 등록은 포기 아닌 사회안전망 안으로 들어오는 것


이따금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른 시기에 장애를 얻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카드 발급은 그보다 상당히 늦게 발급받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복지카드를 만들지 않다가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문이 오거나 취업 시장에 나가야 할 때 만들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회복무 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에야 장애인 등록을 한 경우도 있었다.


장애 등록 시기에 차이는 있었지만 복지카드를 늦게 만든 이유로 “내 자식이 장애인이 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는 공통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특이했다.


군 복무와 고용시장 진입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피할 수 없는 관문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나 장애를 가진 상태로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수 없으며, 신체적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을 고용하고 동일한 급여와 승진, 그리고 연봉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직장은 한정적이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나면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 혼자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의 인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 등록은 인생의 포기로 바라보고 부정할 것이 아닌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지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로 인해 이 과정이 어려운 이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부모와 가족의 부담에서 벗어나서 장애인이 가족으로부터 짐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지


“너는 장애가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살아갈 문제는 아닌 것이다. 장애 자체를 부정할 시간에 각자의 장애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각자에게 맞는 직장이나 사회 제도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장애인복지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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