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투석 모습. ©강민
필자의 투석 모습. ©강민

최근 신장장애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공신장실에서 쫓겨나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와 공분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이유인즉슨 야간투석 운영시간이 22시까지인데 근무시간 이후에 인공신장실을 내원하게 되면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에 당도한다고 해도 19시까지 도달하는지라 투석 시간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의료진의 퇴근이 늦어지니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 병원측의 야속한 태도에 대한 서운함과 답답함을 동시에 표출하는 글이었다.


실제로 많은 신장장애인들이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뾰족한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단시간 투석(주 3회, 4시간씩 하는 투석이 일반적이나 어쩔 수 없이 단시간을 해야 한다)을 하거나 혈액투석이 아닌 복막투석을 선택하거나 가족 간 생체이식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의료기관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상급 의료기관에서는 야간투석을 운영하려 하지 않고(일반 상급의료기관 인공신장실은 오전과 오후로만 운영됨) 의원급의 의료기관에서는 인건비 등의 비용 지출 문제와 의료기관 원장 1인 체제로 자정까지 인공신장실을 커버할 수 없는 문제 등이 있다. 그리고 늦게까지 운영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미지원 정책 때문에 늦은 심야시간까지 신장실을 열 필요성이 없다는 게 큰 이유일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혈액투석인들은 의료기관마다 연락하며 발품 팔아 겨우겨우 심야 투석실을 이용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지역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투석을 하거나, 심지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과연 없을까? 나름의 해법을 정부와 의료기관에 제시해 본다.


■지역응급 의료기관 응급 투석시 심야 응급실 비용 면제=산정특례를 받는 모든 투석장애인에게는 야간이나 주말 투석비용 등 비급여 응급비용을 청구하지 않으며 이에 따른 추가비용은 정부가 각 의료기관에 보전해 주는 것이다.


■상급 의료기관들의 야간 인공신장실 운영 의무화 및 상시 인력 배치=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퇴근하고도 각 근무지 근처의 상급의료기관에서 햘액 투석을 받을 수 있도록 상급의료기관들의 인공신장실 야간 운영을 의무화하여 신장장애인들의 혈액투석 편의성을 확충하며 이에 대한 예산도 정부에서 각 의료기관에 지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애플리케이션 '건강e음'. ©강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애플리케이션 '건강e음'. ©강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심평원) 애플리케이션에 즉시 투석 가능한 병의료기관 등에 대한 정보 게시=현재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애플리케이션에는 환자 투약정보 진료내역, GPS 등을 활용한 나와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 찾기 등이 제공되고 있다. 이에 더 나아가 가장 가까운 인공신장실과 해당 인공신장실이 몇 시까지 운영하며 심야 투석은 몇 시까지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투석 전문의 양성화=현재 투석 전문의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낮게 보고 있는듯하다. 신장내과 투석 전문의 부족 사태는 곧 투석전문 의료기관의 부족 사태를 유발하고 또한 의료인의 고령화로 인해 은퇴자가 늘면 늘수록 문을 닫는 ‘의원급 이상의 인공신장실 보유 의료기관’은 많아질 것이다.


신규개업은 없는데 폐업하는 의료기관만 늘어난다면(최악의 상황이지만) 투석을 제때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며 사회적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가 있는 것이다.


어느 한 분야라고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의료분야가 있겠냐만, 투석 같은 대체요법으로 충분히 생명 유지를 할 수 있는 분야의 의료인은 정부 차원의 의료기관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해당 분야의 의료인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문제의 해결방법이 거액의 예산이 소요되는 부분이라 부담이 클 수 있으나, 보다 넓게 바라보고 환자가 생명 연장 의사가 있음에도 진료시간이 맞지 않아서, 그리고 의료기관 부족으로, 살 수 있음에도 죽음을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만 하는 일이 없도록, 이제 정부가 나서고 정부가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 문제들을 개선할 의지를 갖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이 글은 장애인권강사 강민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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