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대학교 바롬종합설계프로젝트 북두7성팀은 ‘장애인 고용’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애인이 경제적 자립을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박서영‧이예림‧전현경 학생으로 구성된 북두7성팀이 각종 통계, 인터뷰 등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 고용’에 대한 내용을 세차례 연재한다.


개방된 노동 시장에서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 보수를 보장받는 것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권리가 됐다. 하지만 여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 권리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에 따라 지난 2022년 9월 정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 일과 고용 측면에서 ▲차별적 법률 ▲최저임금 미적용 ▲장애인 근로자의 분리 등을 우려 사항으로 표명했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한 장애인 노동자는 매년 9천 명 이상이며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37만 원 선에 머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원식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장애인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37만 9622원이었다. 이는 당시 최저임금(191만 4440원)의 20%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의 법정 최저 생계비가 116만 6887원인 것을 고려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장애인의 최저임금법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최저임금법 제7조(최저임금의 적용제외) 1항에 따르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다. 장애인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장애인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나 노동력의 질적 향상은 고려하지 않는 셈이다.


최저임금의 취지는 근로능력이 아니라 양극화 해소와 적정한 노동소득 보장을 통한 삶의 질을 보장하는 데 있다. 헌법 제3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법안은 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장애인 기준의 장애인 작업능력평가의 허구성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합법적으로 주지 않으려면 사업주가 노동부에 인가신청을 해야 한다. 노동부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장애인 노동자의 작업능력 평가를 의뢰하면 공단에서 사업장을 방문해 작업능력을 평가한다. 그 결과를 노동부가 사업주에게 통보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미만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의무가 아니며, 얼마나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노동부는 최저임금 적용 여부만 따지고 사업주가 노동자 임금을 자의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객관성 상실한 최저임금 제외 인가와 작업능력평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작업능력평가가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작업능력은 단순히 생산량이나 업무 상황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는 승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적용제외의 인가 기준은 ‘동일 또는 유사직종의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다른 근로자 중에서 가장 낮은 근로능력자의 평균 작업능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작업능력평가 기준을 90%에서 70%로 하향조정 했는데도 2021년 강은미 의원실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임금 적용제외 승인 건수는 최근 5년간 97%를 상회한다. 사실상 신청하면 거의 승인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평가 기준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 사람의 능력을 다른 사람의 0.7배 수준이 되는지 비교하고 이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장애인 차별과 장애인 근로자의 노동을 평가절하하는 것에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을 분리하는 노동환경


작업능력평가는 직업재활시설을 일반 사업장과 분리하는 ‘보호고용’ 형태로 돌아가게 만든다. 현재 작업능력평가를 통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장애인 노동자 대부분은 일반 기업체가 아니라 직업재활시설 중 하나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를 신청한 사업장의 중 96.7%가 직업재활시설이다.


장애인복지법상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에게 직업재활 훈련 프로그램, 근로 기회를 제공하는 곳으로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며 장애인 근로사업장이나 그 밖의 경쟁적 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시설’이라 정의돼 있다. 하지만 직업재활시설은 최저임금 적용도 이뤄지지 않고 장애인 노동자를 경쟁 노동시장으로 이전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보호고용은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분리된 장소에서 단순한 작업에만 종사시키고, 일탈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대해 사회통합 능력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직업재활시설 같은 보호고용 영역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들은 우리나라와 같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양한 금전적 지원과 개방 정책으로 장애인의 낮은 임금을 뒷받침하고 차별 철폐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보호고용 영역 장애인들은 최저임금의 부족분을 국가가 보호고용 기관에 지원하는 일자리 지원금을 통해 채운다. 또 근로시간 및 급여 등 일정 기준에 따라 성인 장애인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공적 부조는 40만 원 정도의 낮은 수준의 장애인연금밖에 없고, 일하는 중증장애인들의 대다수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스웨덴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최저임금을 보장하되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따로 두지 않는다. 스웨덴 정부는 개방고용을 뚜렷한 목표로 삼고 보호고용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고용 자금은 정부가 100% 출자한다.


영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적 정규교육체계 안에서 누구나 동일하게 전문적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관련 부처를 달리하여 전문 직업훈련기관을 운영하고 장애인은 별도의 장애인 직업훈련기관을 설립하고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고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캐나다는 ‘지원고용(Supported Employment)’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현재 장애인고용을 ‘보호고용(Sheltered Employment)’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분리된 보호고용보다는 발달장애인을 돕는 잡코치, 근로지원인 등의 인력을 개별적으로 배치해 사회통합적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그동안 장애인은 ‘노동할 수 없는’ 존재로 취급받아 왔다. 장애인의 노동권을 시혜적인 복지 일자리 수준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인권의 방향성이 자립생활 패러다임으로 변화하면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노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애인의 교육 수준을 높이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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