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밀알복지재단의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서울특별시 복권기금 지원사업)가 개소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시청각장애인의 발굴부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직업재활을 제공합니다. 손창환 간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의 지원 필요성과 센터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밀알복지재단 대학생기자단 이수안,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손창환 간사, 대학생기자단 이민지, 송송이. ©밀알복지재단
사진 왼쪽부터 밀알복지재단 대학생기자단 이수안,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손창환 간사, 대학생기자단 이민지, 송송이. ©밀알복지재단

손창환 간사는 시청각장애가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고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청각을 잃은 경우와 농인으로 살다가 시각을 잃어 시청각장애인이 된 케이스가 대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시력이 낮은 약시로 살다가 청각을 잃거나 노화로 인해 귀가 잘 안 들리고 눈이 머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청각장애는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고 발현되는 시기 또한 모두 다르다고 합니다.


손창환 간사는 시청각장애로 인해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부분에 대해 가장 먼저 시각적인 부분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어려움이 크다고 하는데요.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사용할 때에는 전원 버튼을 찾기 어렵고 세기 조절도 불편하다고 합니다. 또한 청각적인 부분에서는 지하철 이용 시 승차 알림을 듣지 못해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등록된 장애유형은 15개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시청각장애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시청각장애인 현황 파악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 서비스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지원서비스는 청각장애도 가진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소용이 없습니다. 또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 통역이나 수어 통역도, 시각에도 장애가 있는 시청각장애인은 그 통역을 볼 수 없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복지관에 가도, 청각장애인 복지관에 가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힘듭니다.


특히 시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전문 특수교사가 없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촉감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면, 추후에 인지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수교사들도 시청각장애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맞춤형 교육을 받기 힘듭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67년부터 헬렌켈러국립센터법(Helen Keller National Center Act)이 제정되어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헬렌켈러국립센터(Henel Keller National Center)에서는 시청각장애인 개개인에게 적합한 의사소통 방식을 개발하고 훈련합니다. 점자, 수화, 접촉 표현 등 센터에서 다양한 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직업훈련, 보행 훈련, 통역서비스, 정보 제공 서비스, 창의적 예술 활동 등을 제공합니다.


시청각장애 전문가 제도도 마련되어 있어 전문가 훈련을 선도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보행지도 전문가, 통역사, 보조교사 등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인력이 있습니다. 아동 시청각장애인의 경우에도 정부의 책임 아래 각급 학교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부 유럽 국가들과 일본에서도 시청각장애인을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하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시청각장애를 시각과 청각의 ‘중복’장애로 생각하기 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장애로 인식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촉수화를 통해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시청각장애인(사진 왼쪽)과 촉감 교육을 받는 시청각장애 아동.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의 가장 큰 비전은 시청각장애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의사소통 및 자립능력을 향상시켜 사회 참여를 도모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센터에서는 성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각각 맞춤형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성인을 대상으로는 일상생활 훈련, 직업훈련뿐만 아니라 시청각장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권익 옹호 사업, 그리고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을 통한 사회활동을 지원합니다.


또한 조기발굴과 맞춤형 교육이 중요하다는 시청각장애의 특성상, 시청각장애 아동을 발굴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 훈련과 교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청각장애 아동들은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를 통해 촉감교육, 놀이치료, 감각통합 등 발달단계에 따른 1:1 개별 교육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인터뷰하는 손창환 간사. ©밀알복지재단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인터뷰하는 손창환 간사. ©밀알복지재단

손 간사는 “아직 시청각장애인이 장애인복지법상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관련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꾸준히 활동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헬렌켈러국립센터처럼 시청각장애인들을 지원하는 국가 지원의 전문센터가 하루빨리 설립되기를 바란다. 나중에는 한국의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센터가 시청각장애인 복지의 대표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갈 시청각장애인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힘쓰고 싶다”고 덧붙이며, 미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저는 밀알복지재단의 시청각장애인 직원 1호입니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인 만큼 더욱 노력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가 가족처럼 따뜻하고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밀알복지재단 대학생기자단 송송이‧이민지‧이수안 단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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